호주 은행 Check와 Dishonour fee

호주에 처음 와서 은행 거래를 할 때 생소한 것 중 하나가 Check (개인 수표)와 Dishonour fee (부도 수수료)이다. 사실 개인수표는 거의 사용하지 않기에 별 중요하지 않지만 부도 수수료를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같이 설명하기로 한다.

한국이던 호주던 요즘은 신용카드/체크카드가 대세로 자리잡아서 왠만한데에서는 카드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이상 수표를 쓸 일이 많이 없다. 한국에서 수표라고 하면 보통 '자기앞수표' (은행에서 발행하고 은행에서 지급하고 은행에서 보증하는 수표)를 떠올리는데, 자기앞수표는 거의 현금과 비슷해서, 그 발행 은행이 망하지 않는 한 발행은행에 가서 수표를 주면 돈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반면에 호주에서 가~~끔 연세드신 분들이 사용하는 '개인 수표'는 은행에서 지급/보증을 해주는 수표가 아니라 수표를 써 준 개인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고 그 개인이 지급을 보증하는 수표를 말한다.

자기앞수표: 은행에다 돈을 주고 수표를 발급 받음 -> 다른 사람에게 수표를 줌 -> 수표를 받은 사람이 은행에 가서 수표를 은행에 주면 은행 명의의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어 지급됨.

개인수표: 은행이 개인에게 수표책(book)을 줌 -> 개인이 수표 내용을 기입함 -> 다른 사람에게 수표를 줌 -> 수표를 받은 사람이 은행에 수표를 넘겨주면 수표를 발행한 개인의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어 지급됨.

즉, 개인 수표의 경우 지급 보증을 그 개인이 하기 때문에, 개인 계좌에 돈이 없다면 수표 '부도'가 발생한다. 은행에서는 당연히 계좌에 돈이 없으므로 지급을 거절하고, 수표를 받은 사람은 돈으로 지급을 못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수표 시스템이 21세기의 카드 시스템에 결합된 것이 '체크카드'이다. 수표책에서 뜯어낸 종이 조각 대신 '체크카드'라는 플라스틱 카드와 결제 금액, 서명 등을 제공하면, 체크카드를 받은 사람(가게)는 체크카드를 발급한 은행을 통해 개인의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어 지급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이 네트워크를 통해 진행되므로 은행에 직접 방문할 필요도 없고.

그런데 체크카드를 사용할 때 만약 개인 계좌에 잔고가 없다면? 수표를 사용할때와 마찬가지로 '부도(dishonour)'가 발생한다. 이 때 은행에서 체크카드 주인에게 벌금 형식으로 부과하는 것이 Dishonour fee 이다. 물론 Dishonour fee를 모든 부도 거래에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잔고가 부족한 상태로 가게에서 체크카드를 긁으면 그냥 결제만 거부되지, 별도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개인 수표와 체크카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부도 사실'을 언제 알 수 있느냐이다. 개인 수표의 경우, 수표를 받은 사람이 은행에 방문해서 확인하기 전까지는 발행인의 계좌에 잔고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반면 체크카드는 결제를 하는 시점에 바로 잔고가 충분한지 알 수 있고, 그래서 카드 단말기에서 결제가 제대로 안되면 다른 방식으로 돈을 받아낼 수 있다. 즉, 부도에 대한 위험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크카드에 Dishonour fee를 부과하는 경우는 'Direct debit'이라고 하는 자동 결제 (매주 혹은 매달 특정 시점에 자동으로 카드가 결제되도록 하는 기능)를 설정해 둔 경우, 해당일에 결제를 시도했는데 계좌 잔고가 없다면 일단 잔고를 마이너스로 만들고 결제를 성공시킨 다음, 그 계좌 주인에게는 'Dishonour fee'란걸 부과한다.

이 부분은 은행마다 계좌마다 다른데, 어떤 경우엔 잔고가 없으니 결제 거부가 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은행에서는 결제를 해주고 계좌 잔고를 마이너스로 만든 다음 Dishonour fee를 받는 경우도 있다. Direct debit의 경우 가게에서 직접 결재하는 것과는 달리, 일정 주기로 자동으로 결제가 되고 결제하는 시점에 계좌 주인이 바로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급 보증이 좀 더 어려워지므로 이런 시스템에 생긴 것 같다.

Dishonour fee를 방지하려면 Direct debit이 결제되는 날짜를 잘 기억해 두었다가 결제 전에 꼬박꼬박 계좌 잔고를 확인해야 한다. 일부 은행에서는 결제 당일 내에 다시 계좌 잔고가 채워지는 경우 (결제 당일 밤 12시까지) Dishonour fee를 부과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에, 이메일을 잘 확인하고 혹시 Dishonour가 발생했다면 곧바로 잔고를 채워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