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ssie Life

호주 대학교 기숙사(칼리지)에 대하여... University's residential colleges 본문

유학

호주 대학교 기숙사(칼리지)에 대하여... University's residential colleges

푸얼럽 2016. 1. 9. 01:54


1. 호주 기숙사 소개: 칼리지란 무엇인가?

호주에서는 대학교 기숙사를 dormitory 라고 부르지 않고 college 컬리지라고 부른다. 단순히 미국식-호주식 단어의 차이 뿐만 아니라, 이 컬리지라는 단어에는 더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호주의 기숙사 시스템은 미국 또는 한국의 기숙사와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한국에서 대학교 기숙사라고 하면 학교내에 위치한, 비교적 저렴하게 숙식을 제공해 주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은 해당 학교에서 운영을 하고, 기숙사비는 학교앞 월세비보다 저렴하지만, 보통 여러명이서 한 방을 쓴다. 식사가 기숙사비에 포함인 곳도 있고, 포함이 아니더라도 기숙사 내 식당에서 저렴한 밥값을 주고 밥을 먹을 수 있다. 한국에서의 대학 기숙사는 위치적 장점, 저렴한 기숙사비, 그리고 편하고 저렴하게 먹는 식사. 이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한 방을 여러명이서 쓰다 보니 같은 방 사람들끼리 친해지는건 덤이고, 학기초에는 남자기숙사 한 방과 여자기숙사 한 방끼리 방팅이라는 4:4 미팅도 할 수 있는,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다.

미국도 한국과 다르지 않는데, 다만 한국에 비해 기숙사비가 월등히 비싸고 식사가 포함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서양문화의 영향인지 미국은 일반적으로 다인실보다는 1인실이 더 많다. 물론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지역마다 학교마다 또 기숙사마다 다 다르긴 하다. 그래도 기숙사는 숙식해결을 하는곳이라는 인식이 아주 강한것 같다. 미국이나 한국은 대학교에서 직접 기숙사를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래서 기숙사 건물 (A관, B관, C관...) 이름만 다를 뿐, 한 대학의 기숙사생이라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이와 다르게 호주에서의 기숙사는, 우선 이름부터가 컬리지이다. 사전적으로 컬리지는 대학이라는 의미인데, 대학교에 붙어있는 기숙사에 또다시 대학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것이 처음엔 좀 이상했다. 처음엔 그냥 미국식 영어로 도미토리를 호주에서는 컬리지라고 부르나보다.. 라고 단순히 영어 단어의 차이만으로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컬리지라는 이름이 붙은 기숙사의 경우 기숙사가 속한 대학과는 별개의 하나의 학과 또는 교육기관이라고 보는것이 더욱 정확하다. 한국이나 미국과 다르게 같은 대학교에 소속한 컬리지라도, 운영은 학교에서 직접 하지 않고 다른 단체 (주로 종교단체)에서 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에 따라 하나의 대학교 내에서 여러 기관에 의해 운영되는 서로 다른 컬리지들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그 대학교 학생이 아닌 경우에도, 근처의 다른 대학교 학생도 같은 컬리지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있으며, 각 컬리지별로 차이점도 매우 뚜렷하다. 기숙사비도 다 제각각이며, 컬리지의 정책이라던가 분위기도 모두 다른데 이는 각각의 컬리지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2. 호주 대학교 기숙사의 특징들

이곳에서의 컬리지는 단순히 숙식을 제공해주는 공간이라기보단, 그에 더해서 컬리지내의 모든 구성원들이 다 함께 성장해나가는 하나의 큰 교육 커뮤니티라고 보면 된다. 물론 가장 큰 기능은 소속 학생들에게 숙식을 제공해 주는 것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기능으로 컬리지 내부에서 열리는 각 과목별 튜터링, 세미나 같은 교육 프로그램들과 다양한 클럽활동, 봉사활동 등의 extra curricular 들이 있다.

A) 기본적인 숙식 제공

우선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숙식이 제공되는데, 특이하게도 기숙사에 살지 않는, 외부에 사는 학생들도 컬리지의 일원이 될 수 있다. 보통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을 residential student, 기숙사에 살지는 않지만 기숙사 튜터링 등 다른 활동들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non-residential student라고 부른다. Residential student는 컬리지에 일정 fee 를 내고 숙식을 제공받으며 커뮤니티에 속하는 학생들을 말한다. 대부분 1인실이며 화장실과 샤워실이 방안에 딸려있는 경우도 있고, 몇 명이 하나의 화장실/샤워실을 쉐어하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인 가구들은 모두 기숙사에서 제공되기때문에 본인이 쓸 침구와 컴퓨터, 기타 생활용품만 가져가면 된다. 이 부분은 한국의 기숙사와 비슷하다. 그리고 보통 컬리지 내의 식당에서 식사를 제공한다. 학기중에는 1주일에 1~3회 정도 formal dinner 라고 해서 아주 포멀하게 저녁식사를 하는데, 이 때는 모든 학생들이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졸업식에서 입는 바로 그 아카데믹 가운을 입고 다같이 코스요리로 식사를 한다. 보통 식사 시작 5분전에 입장이 마감되며, 식사가 끝날때까지 자리를 움직일 수 없다. 애피타이저-메인-디저트의 코스 요리가 서빙되는데 디저트가 제공될쯤 컬리지의 dean (기숙사감) 이 새로운 소식이나 다같이 축하할 일이나 사건/사고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announcement를 한다. (고등학교 조회시간과 비슷한 느낌.) 또한 특별한 손님을 초청해서 식사 중에 짧은 강연을 듣는다거나 하는 시간이 있는 경우도 있다. Formal dinner의 풍경은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식사 시간을 연상하면 아주 비슷하다. 이런 전통은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어서 호주로도 이어진 것 같다.

B) 추가적인 교육 기회 제공

호주의 컬리지에서는 숙식 외에도 그 이름에 걸맞게 교육의 기회가 제공된다. 학부생의 경우 자기가 수강하는 과목의 튜터링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몇 명 이상의 학생이 같은 과목을 수강하면, 튜터링 수업을 개설해 주는데 1학년의 경우 서로 수강과목이 비슷하므로 거의 모든 과목의 튜터링 수업이 열린다. 졸업생이나 박사과정학생 혹은 해당 수업을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한 선배들이 튜터가 되어서 매주 과목에 대한 복습 및 과제 지도 등을 해준다. 대학 수업을 컬리지 내 다른 학생들과 그룹 과외 받는다고 생각하면 될거같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독서토론, 학생들이 직접 자기가 공부하거나 연구하는 분야를 소개하는 세미나, 외부인사의 세미나 등 다양한 학술 행사들이 열린다. 물론 기숙사 학생이라면 이 모든 행사들에 참여할 수 있고, 일부 행사들은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C) 다양한 교과 외 활동들

교육 뿐만 아니라, 교육 외적인 활동들도 다양하게 벌어지는데 대표적으로 스포츠 클럽이 있다. 앞서 말했듯 한 대학교 내에도 다양한 기숙사들이 있다보니 기숙사들끼리의 경쟁심도 강하다. 마치 호그와트에서 4개의 기숙사가 서로 경쟁하는 것처럼 여기서도 서로 다른 기숙사들끼리 경쟁이 벌어지는데, 퀴디치는 아니지만 다른 스포츠들로 경쟁을 벌이곤 한다. 호주식 풋볼이나 크리켓, 소프트볼처럼 우리나라에 생소한 종목도 있지만, 농구, 수영, 축구, 탁구, 배드민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스포츠 클럽도 있으므로 충분히 참여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봉사활동을 컬리지 내 학생들끼리 계획해서 하는경우도 많고 학기말쯤에는 진로를 위한 워크샵이 열리기도 한다.

D) 소셜 커뮤니티

유명한 컬리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꽤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데 좋은 성적 뿐만 아니라 컬리지에 대한 헌신 가능성이라던가 특기 같은 것도 중요하다. 지원서를 내고난 후 컬리지의 dean과 인터뷰를 보고, 이 때 얼마나 자기를 어필하느냐에 따라 기숙사 합격 여부가 달라진다 (마치 입사지원서 내고 인터뷰 하는것과 비슷하다). 인터뷰 질문 중에 '왜 굳이 우리 컬리지에 들어오고 싶은지'와 '우리 컬리지에 들어와서 네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어떤것들인지'가 있고, 같은 맥락에서 기숙사에서 강조하는것 중에 하나가 '컬리지는 호텔처럼 숙식만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서로가 서로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을수 있어야 한다' 이다. 컬리지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어느정도는 기여를 해야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부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식당이다. formal dinner가 없더라도 항상 식당에 가면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소통 속에서 영감을 얻고 배움을 얻어야 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formal dinner가 아니더라도 항상 옆사람과 이야기를 한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각 기숙사별로 다를 것이다. 기숙사를 운영하는 기관의 성격에 따라 기숙사 분위기도 매우 달라지기 때문에 훨씬 더 자유분방하고 개인적인 기숙사가 있는 반면, 비교적으로 더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기숙사도 있다.

E) 비싼 기숙사비

마지막으로, 이렇게 제공되는 다양한 활동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기숙사비가 결코 싸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교 기숙사는 값싸게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지지만, 호주에서는 컬리지에 들어간다고 결코 비용이 적게들지 않는다. 비슷한 위치의 학교 근처 쉐어하우스보다 최소한 비슷하거나, 보통은 더 비싸다. (각 기숙사마다 기숙사비가 다르다). 멜번대의 경우 기숙사비가 주당 300~600불 정도인데 비해, 비슷한 거주 형태인 쉐어하우스의 독방을 학교 근처에서 구하려면 방값으로 주당 200~250불, 식비로 100~150불 정도면 생활할 수 있다. 직접 해먹는다면 식비를 훨씬 더 아낄 수도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봤을때는 쉐어하우스가 더 싸다. 칼리지가 이렇게 비싼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이 컬리지가 단순한 숙식제공처가 아닌, 교육과 각종 리더십 활동들이 제공되는 교육기관 같은 곳이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3. 기숙사 생활의 장단점

한국 유학생에게 기숙사의 장점이라면 무엇보다 호주 문화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고 많은 친구들을 사귈수 있다는데 있다. 물론 위치가 학교와 가까워서 왔다갔다하기 편하고, 밥이 제공되므로 오늘 저녁은 뭘먹지?로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호주인이 주류인 커뮤니티에서 생활하게 되므로 영어도 그만큼 빨리 늘 수 있고,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해리포터처럼 옷 입고 밥먹는 경험을 할 수 있고, 그외에 튜터링이나 다른 활동들도 모두 도움이 된다. 그외에도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다양한 교육 기회, 액티비티들, 커뮤니티 활동 등이 추가로 제공되므로 기숙사에 거주하는 동안에는 심심할 틈이 없다.

그에 반해 단점으로는, 우선 비싼 기숙사비를 들 수 있다. 밖에서 지내는것보다 기숙사에 사는게 더 비싸므로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면 기숙사비를 내는것이 힘들 수도 있다. 다만 이 부분은 각 기숙사에서 제공해주는 다양한 장학금으로 어느정도 상쇄가 가능하고, 인터뷰때 본인의 경제적 사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기숙사에 어느정도 기여할수 있을지를 어필하면 좀 더 많은 장학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숙사에서의 활동들로 인해 본인의 자유시간이 줄어든다. 앞서 말했듯 워낙 다양한 행사들이 있고, 이런 행사들에 기본적으로 참여해야 하므로 그렇게 참여하다보면 그만큼 자신만의 시간은 줄어들게 된다. 사실 대부분의 행사가 참여 필수는 아니고, 본인이 바쁘거나 다른 일이 있다면 (과제라던지 시험기간이라던지) 굳이 참여하지 않고 더 바쁜 일을 하면 되지만, 그렇게 바쁜 경우가 아니라면 행사들에 참여하는 것이 바로 컬리지에 들어오는 가장 큰 메리트이기 때문에 가능한한 많이 참여하는 것이 좋다.

Comments